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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동호 상임지휘자

(제주 도립예술단 상임지휘자. 한국브루크너협회 명예회장)

​서현석 상임지휘자

(전 한국예술종합학교(국립) 교수. 강남 심포니 오케스트라 상임지휘자. 화관문화훈장 수상.

제주도립교향악단 상임지휘자 이동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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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것이 한국 브루크너의 역사다“

 우리나라 클래식 음악계에서 브루크너 교향곡의 연주 역사는 그리 길지 않다. 1970년대 지휘자 홍연택에 의해 교향곡 8번이 국내 초연된 이래 작품의 난이도에 따른 청중의 호불호 때문인지 4번, 7번 등 인지도 높은 곡만이 종종 연주되어왔다.

 열한 곡의 브루크너 교향곡 전곡을 무대에 오린다는 것을 그 누구도 생각조차 못했을 때 과감히 출사표를 던진 이들이 이었으니, 바로 지휘자 이동호와 제주도립교향단이다. 2004년 11월부터 2008년 4월까지 4년간 국내 최초로 전곡 연주를 성사시킨 것과 더불어 각각의 실황 연주를 음반으로 녹음해 “진정한 전집”을 완성하기까지, 지휘자 이동호가 남긴 역사적 발자취를 따라가 본다.

(객석 2011년 2월 호 기사)

 

한국 처음으로 시작된 브루크너 전곡 연주

 2004년 11월 18일 제주도문예회관에서 열린 제57회 정기연주회에서 브루크너 전곡 연주가 시작되었다. 첫 곡은 브루크너 교향곡 4번이었다. 이곡은 브루크너 교향곡의 특징을 비교적 쉽게 전달한 작품이라 단원들이나 청중 모두에게 큰 무리가 없을 것이라 생각했다.

1악장 출발은 약간 불안했지만 이내 안정을 찾았고, 2악장의 진행은 느낌이 좋았던 것으로 기억된다. 3악장은 부분적으로 흔들림이 있었고, 4악장은 곡의 긴장도와 완성도가 비교적 잘 유지되었다.​

 나는 새하얀 도화지에 그림을 그리는 화가의 마음으로 연주했다. 장시간 연주가 지속되는 동안 곡의 완성도와 메시지를 깊게 전달할 수 있도록 노력했다. 그리고 팽팽한 긴장감을 놓치지 않도록 고도의 집중력을 발휘했었다.

 첫 술에 배부를 순 없지만, 연주 후 주변의 반응은 다소 엇갈렸다. 대개의 청중들은 “좋은 것도 같은데 뭐가 뭔지 잘 모르겠다”라고 말하기도 했다. 단원들 또한 브루크너 연주가 처음이라 곡속에 담겨 있는 다양한 구도자의 메시지들을 제대로 다 전달하기가 쉽지 않았다고 말했다.

 결국 2005년 5월 예정된 교향곡 5번 연주를 앞두고 깊은 고민에 빠졌다. 주변의 이런 반응들을 예상하지 못했던 것은 아니지만, 이미 시작된 일이었고 그들을 부르크너에게로 이끌어야 할 모종의 책임감이 있었기에 포기할 순 없었다,

 그래서 나는 음악이 시작된 곳부터 차근히 되짚어보기로 했다. 우선 지휘자가 스코어에 익숙해져야 한다고 생각해 화성진행, 다이내믹, 보잉, 연주기호 등, 총보에 나타난 모든 사항을 연주자들에게 쉽게 히해시킬 수 있도록 충분한 시간을 가지고 스코어 리딩을 했다. 그런 다음 연주자 스스로 어떻게 연주해야 할지 공감할 수 있도록 연습에 연습을 거듭했다.

 

 예를 들면 트레몰로의 다양한 표현 방법을 바람, 구름, 천둥소리에 빗대어 그 흐름을 설명했고, 반복적으로 연습하게 했다. 타성부의 진행을 귀 기울여 들으면서 단원들은 점차 다성 음악의 매력을 스스로 체감해 갔다. 그렇게 시작은 힘들었지만 연주를 거듭할수록 담겨진 내용을 표현하는 데에 능숙해졌고 처음보다는 훨씬 부담을 덜게 되었다.

 전곡 연주를 진행해 가며 가장 어려웠던 검은 물리적인 여건이었다. 브루크너의 후기 작품을 연주하려면 제주도향에 없는 바그너 튜바가 필요했다. 객원 연주자들을 초빙하더라도 충분한 연습 시간을 갖지 못하기 때문에 앙상블 조절에 있어 어려움이 따르게 되었다. 다른 해결 방법이 없었다. 그저 연주 직전까지 연습에 연습을 반복했고, 무대에 오르기 전까지 가슴을 졸였지만 매번 좋은 연주를 들려준 연주자들에게 고마웠다.

 녹음 기술의 실수로 첫 연주를 녹음한 음반이 불실된 것은 여전히 아쉬움으로 남는다. 결국 전곡 연주가 모두 끝난 뒤인 2009년 4월 서울 예술의 전당 교향악축제에서 같은 곡을 다시 한번 연주했다. 그것으로 열한 곡의 음반이 완성되었다.

 현재 0번, 4번, 5번, 7번, 8번이 공식적으로 발매되어 있으나 판매를 목적으로 한 음반은 아니다. 정기연주회 때마다 무료로 배포하고 있다. 사무국으로 신청만하면 배송료만 받고 전국 어디든 보내준다.​

 5년간에 걸친 브루크너 전곡 연주는 200년 4월 1일 제주도문예회관에서 열린 제75회 정기연주회에서 교향곡 00번으로 마무리 되었다. 전곡 연주는 대게 세 가지 방법으로 진행된다. 첫째는, 하나의 오케스트라를 2인 이상의 지휘자가 교대로 진행하는 사이클이고, 둘째는, 한 사람의 지휘자가 두 개의 이상의 교향악단을 지휘하는 사이클이고, 셋째는, 한 명의 지휘자와 하나의 오케스트라가 끝까지 함께 하는 사이클이 있다.

 어느 방법을 택해도 어려운 점은 있으나, 세 번째 방법으로 긴 여정을 함께 하다 보면 웬만한 인내심도 서로 바닥이 난다. 나는 전곡 연주를 마치는 순간 끝까지 함께해준 단원들에게 무한한 감사가 느껴졌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좀 할 만하니 끝났구나”하는 아쉬움도 들면서 다시 한번 도전해 보고 싶은 새로운 의욕도 생겼다.

지휘자 이동호, 한국브루크너협회 명예회장

2021년 2월 8일

서현석 상임지휘자

전 한국예술종합학교(국립) 교수

강남 심포니 오케스트라 상임지휘자.

화관문화훈장 수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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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먼저 저희 브루크너협회와의 인터뷰를 위해 귀한 시간 내주셔서 감사드립니다.

- 지휘자님께서는 강남 심포니 오케스트라의 상임지휘자 직을 맡아 19년 동안이나 이끌어 오셨습니다. 오케스트라는 그동안 많은 많은 발전을 거듭해 왔는데 그 긴 시간을 이끌어 오신 특별한 노하우가 있으셨다면 먼저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특별한 비결은 없습니다. 다만 좋은 음악을 들려주기 위해 늘 노력하고 단원들과도 잘 소통한 결과가 아닌가 합니다. 또 오케스트라는 단원들의 기량도 중요하지만 무엇보다 좋은 음색의 사운드가 있어야 하는데, 교향악단 발전을 위해 그 부분을 많이 애썼었습니다.

 매달 브런치콘서트를 주최해서 구민들에게 좋은 반응도 얻어왔었고 뿐만 아니라 서울 예술의 전당에서의 초청연주나 정기연주회들도 호응이 좋았습니다. 그렇다보니까 오케스트라도 차츰 발전하게 되었고 사람들도 저를 좋게 봐준 것 같습니다.​

- 강남 심포니 오케스트라가 2013년에 미국 시카고 초청공연을 성공적으로 마치고 돌아왔습니다. 그 때 어떤 곡들을 연주하셨는지요?

 네 시카고 한인문화회관 초청으로 해외공연을 다녀왔었습니다. 연주 프로그램은 여러분들이 잘 아시는 <베를리오즈의 환상서곡>과 성악곡들 그리고 편곡된 <아리랑>곡 있었습니다. 그리고 마지막 곡으로는 유명한 드보르작의 <교향곡 9번 신세계>를 연주했었죠.​​

- 드보르작의 신세계 교향곡은 한국에서도 잘 알려진 곡인데 그 곡은 드보르작이 미국에 머물고 있을 때 작곡한 곡이 아닌가요?

 네, 그렇습니다. 그 당시 드보르작은 아주 유명세를 타고 있던 작곡가였죠. 미국에서 그를 문화원원장으로 초청했었습니다. 그런데 드보르작은 영어를 잘 못하고 사교적인지 못한 내성적인 성격으로 인해 혼자 외롭게 보내는 시간이 많았다고 합니다. 그렇다보니 고향에 그리움도 많았겠죠. 또 흑인들에게 동정심을 갖고 흑인 민요를 접하기도 했었지요.

 이런 동기로 <신세계 교향곡>이 작곡되었습니다. 그래서 이 곡에는 신세계에 대해 받은 느낌도 많이 있지만 고향 보헤미아에 대한 그리움도 짙게 뭍어 있습니다. 특히나 2악장은 듣기만 해도 향수에 젖게 하는 아름다운 명곡이 되었습니다. 초연 때에는 많은 여성들이 이 곡을 들으며 손수건으로 눈물을 훔쳤다고 해요.​

- 강남 심포니 오케스트라와 함께 하셨던 재임 기간 중에서 기억에 남는 연주나 작업들이 있으셨다면 한 두 가지 말씀 부탁드립니다.

 20년 가까이 오래도록 강남 심포니 오케스트라에 상임지휘자를 맡다보니 이런 저런 일들이 많았었습니다. 그 중에서 한 두가지 말씀드리자면, 저희 오케스트라가 미국 시카고 연주를 다녀온 것도 빼놓을 없겠습니다. 미국에 좋은 연주를 선보이려고 많은 노력을 기울였었습니다. 한국 교향악단 수준이 좋다는 소리를 남기고 싶은 마음도 많았죠. 단원들도 열심히 따라 주었고요. 그날 관객들이 우리 강남 심포니 연주에 큰 감동을 받았었는데, 우리에게도 아주 기쁘고 보람 있었던 연주로 기억됩니다.

 그리고 2007년에 강남 심포니가 <베토벤 교향곡 전곡>을 CD로 녹음 제작했었습니다. 베토벤 전곡 녹음은 한국에서는 처음으로 화제가 되었었죠. 또 2012년에는 <브람스 교향곡 전곡>을 녹음했었습니다.

 재임기간 동안 작곡가 두명의 교향곡 전곡을 녹음한다는 것은 그리 흔한일만은 아니었죠. 나뿐만이 아니라 단원들 모두 강남 심포니만의 좋은 음반을 남기기 위해 최선의 노력을 다했었습니다. 그때 독일 레코딩 엔지니어를 불렀었는데 우리 강남 심포니에 대해 아주 만족스러워했죠. 유럽교향들과 비교해서도 뒤지지 않는 좋은 기량의 악단으로 평해주었었습니다. 지휘자로서 아주 보람 있었습니다.​​

- 지휘자의 역할은 뭐라고 할 수 있을까요?

 지휘자는 늘 공부해야 합니다. 무엇보다 먼저 단원들을 잘 이끌 수 있는 능력을 갖추고 있어야 단원들과 오케스트라를 잘 리더 할 수 있으니까요. 단원들을 잘 훈련시킬 수 있는 지휘자래야 좋은 연주회를 만들 수 있습니다.

 단원들의 기량과 음악적인 실력도 아주 우수하기 때문에 지휘자가 실력적인 신뢰를 줄 수 있어야 하고 또 좋은 음악이 될 수 있도록 잘 이끌어 주어야 할 뿐 아니라 잘 지휘해 주어야만 합니다. 또한 대화와 인격적인 소통도 중요하구요.

 그 외에 곡에 대한 작곡배경이나 음악적인 해석뿐 아니라 곡의 내면을 잘 이해하여 단원들에게 전하는 것도 그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그래서 늘 공부하는 지휘자가 되어야 합니다.​​

- 단원들과 지휘자 관계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는지요?

 역시 지휘자는 늘 공부하고 단원들 앞에 잘 준비되어 있어야 합니다. 앞서도 이야기 했지만 요즘 교향악단 단원들은 아주 우수합니다. 훌륭한 연주자들이 많이 있죠. 물론 그 단원들은 지휘자가 잘 하는지 못하는지 잘 알고 있습니다. 그래서 더욱 신뢰를 줄 수 있는 지휘자가 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합니다.

 뿐만 아니라 지휘자가 예전 방식의 카리스마만을 내세우는 것은 옳지 않아요. 단원들과 많이 대화하고, 또 단원들의 이야기를 들어주고 필요에 따라 적절히 이해시켜 주어야 합니다. 또 때론 까다로운 연주자들도 있죠. 그래서 이런 포용력 있는 방식의 지휘자 리더쉽이 있어야 합니다.

 하지만 지휘자에게 있어서 완성된 음악을 소홀히 해서는 안 되겠죠. 이것은 그 무엇보다도 더 중요하니까요.

- 끝으로 한국브루크너협회에게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이렇게 작곡가 브루크너의 작품 보급과 장려뿐 아니라 한국음악 발전을 위해 협회를 설립하게 되어 먼저 기대와 아울러 축하를 드립니다.

 한국에서도 외국처럼 브루크너의 교향곡들이 많이 연주되어졌으면 합니다. 브루크너협회가 그런 역할을 잘 맡아가길 바라며, 또한 한국음악 발전에 기여하는 협회로 앞으로도 지속적으로 성장해가길 진심으로 기원합니다.

네, 노력해 가도록 하겠습니다.

브루크너 음악애호가들과 후배 음악가들에게 귀감이 될 좋은 말씀 감사드립니다.​

일자: 2019년 8월 29일

인터뷰 : 이상환협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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